Page 89 - EV 매거진_8호(2월)-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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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를 CDP에 보고해야 한다.
                                                                비록 기업의 자발적 연대 체제이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RE100’
                                                                이 기업세계와 정책결정에 주는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쫓기는 정부는 ‘RE100’이 만드는 산업분위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미국 클린턴 정부 주변에서
                                                                는 그린라운드(Green Round) 무역 체제가 거론되었다. 온실기
                                                                체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의 제품에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해야 한
               이밋 그룹과 또 하나의 민간단체인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주
                                                                다는 논의였다.
               관해 2014년 유엔총회에 맞춰 열린 ‘뉴욕시 기후주간’ 행사에서
                                                                명칭이야 어떠하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과 화석연료
               기업 차원의 탄소중립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 바로 ‘RE100’이다.
                                                                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에 대한 가시적인 차별이 현실화할 가능성
               늦어도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
                                                                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기업 스스로 ‘RE100’ 가입
               겠다는 것을 뜻한다.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했으며,
                                                                을 통해 넷제로를 지향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바람직하고 도
               현재 구글과 애플, GM, 이케아 등 전 세계 260여개 기업이 가입
                                                                와주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이행 방법이다.
               해 있다. 늦어도 2050년까지 자체 에너지 수요를 100% 재생에
                                                                기업이 태양광 발전설비나 풍력설비에 직접 투자해서 전력을 생
               너지로 채우겠다고 공약한 기업들의 모임이 ‘RE100’이다.
                                                                산해서 쓰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론 한계가 많다. 그보다는 전력거
               2020년 말까지 한국기업으로 ‘RE100’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없
                                                                래소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계약 구매하는 방법 등
               었다. 삼성과 LG그룹의 개별 회사들이 RE100 가입을 선언하거
                                                                복잡하지만 다양한 수단들이 개발되고 있다.
               나 심각하게 검토하기는 했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가입서를
                                                                미국이나 유럽에는 재생에너지를 구입해서 쓰는 방식이 기업에
               제출하지 않는 상태에서 보란 듯이 SK쪽이 선수를 치고 나선 것
                                                                편리하도록 진화해 왔으나 한국 정부의 정책은 아직 걸음단계다.
               이다. SK는 국내 굴지의 정유사업체인 SK이노베이션을 가지고
                                                                한국은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2050탄소중립을 추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지향하는 ‘RE100’에 선뜻
                                                                구하고 있다.
               가입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화석연료 산업과 반도체와 통신
                                                                이런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개선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재생에
               등 실리콘밸리형 기업에 양다리를 걸친 SK의 고민이 다다른 전략
                                                                너지를 생산하면 순조롭게 소비되도록 스마트그리드 같은 전력
               적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계통 연계를 원활하게 해줘야 하고,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기업
               사실 전력 수요의 가장 큰 몫을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한국에
                                                                에 편리한 장려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서 ‘RE100’은 기업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
                                                                석탄과 석유 에너지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합류한 한국은 기후
               렵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변화에 대한 일정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 기후변화가 몰고
               상대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RE100’ 가입은 시간문제가 아
                                                                올 재난에 취약한 국토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2050탄소중립은
               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렵더라도 속도감 있게 실현해 나가야 할 과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과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
               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면서 “석탄발전을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
               들겠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의 짐은 결국 기업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석탄 및 LNG
               화력발전과 중화학 공업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엔 여간 버
               거운 게 아니다.
               ‘RE100’은 국가 행정의 규제 아래 있지 않다. 그러나 한번 가입
               하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매년 이행 목표와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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