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EV 매거진_8호(2월)-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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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Column
기업들도
탄소중립으로 간다
거의 10년 전 일로 기억한다. 애플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
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기사가 미국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고 ‘역시 실리콘밸리의
기업은 시대를 앞서 산업활동을 하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애플이 2018년 기업 본사를 비롯해서 미국 내 모든 매장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 애
플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가 고민이 많겠다는 것이었다.
애플의 재생에너지 계획은 작년 여름 더욱 담대해졌다. 부품조달에서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기업 전 영역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연도를 2030년이라고 구체화해 공표한 것이다.
애플이 이런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
리기후협정을 탈퇴한 후다. 미국이 주도했던 파리기후협정을 트럼프가 역행하면서 전
세계 산업계가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부담을 잠시 내려놓은 기간이었다.
애플의 결정이 최고경영자의 철학에 기초한 것인지, 장기적인 기업이익을 염두에 둔
전략적 결정이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미래를 보는 애플의 혜안이
라는 사실은 작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로 명료해졌다.
새로 선출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정 복귀
결정을 내렸다. 이제 2050년 ‘넷제로(Net-zero)’, 즉 탄소중립은 국제 사회의 큰 물
결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세계 195개 협정당사국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계획을 유
엔에 통보하고 ‘넷제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책과 법제도를 정비해서 2050년에 탄소배출을 제로(0)로
김 수 종 만들게 각 경제주체를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은 대
뉴스1 고문/칼럼니스트 부분은 기업들의 역할이다.
화석연료에 안주해서 기업 활동을 해온 대부분 기업에게 탄소중립 정책은 큰 압박이
PROFILE 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는 그 강도가 더 셀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기업이 쓰는 에너지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
현재 뉴스1 고문과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 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다수 매체에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기업이 많아졌고 기후변화시대에 이들은 탄소중립이라는 국
문제와 환경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제조류를 거스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하
여 사회 및 정치부 기자, LA특파원, 뉴욕특파 드디어 한국에서도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기업이 나왔다. 영국 런던에 본부
원,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주필을 역임했 를 둔 비영리 단체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1월 4일 SK텔레콤과 SK
다. 정보통신윤리위원, 국제녹색섬포럼이사장 하이닉스를 포함한 SK그룹 8개 회사가 ‘RE100’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을 지냈다. 환경책 ‘0.6도’를 비롯해 ‘지구온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y 100%)’를 뜻하는 약칭이다. 클라
난화의 부메랑(문국현, 최열과 공저)’ 등 4권
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