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EV매거진_9호(3월)_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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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의 눈에는 지금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고 있는 것이 감
                                                                지되지만, 극지방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보통 사람들은 빙하에 관
                                                                심이 없습니다. 2월의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 홍수처럼 눈에 드러
                                                                나는 인명피해가 나타나야 관심을 보일 뿐입니다.
                                                                인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공간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는 일, 시간적으로 임박한 일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비하는 속성
                                                                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을 포함해서 현대 문명권의 중심에 사
                                                                는 보통 사람들에게 빙하는 먼 나라 얘기요, 관광거리일 뿐입니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의 2대 하천인 양자강과 황하는 티베트 히
                                                                다. 이런 태도는 기후변화 시대의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맹점
               말라야의 빙하에서 발원합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공급하
                                                                일지 모릅니다.
               는 물에 의존하는 중국인은 중국 전체 인구의 23%, 약 3억 2000
                                                                1992년 리우 기후 정상회의가 열릴 때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외
               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무장관도 기후변화에 대해 몰랐습니다. 빙하는 전혀 얘깃거리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히말라야 빙하는 아시아의 급수 탱크입니다.
                                                                아니었습니다. 30년 후인 지금 대통령은 입만 열면 그린 뉴딜을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 총량은 6000억 톤입
                                                                얘기하고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구두선(口頭禪)처럼 기후변화
               니다. 한국에서 제일 큰 충주댐의 만수 저수량의 220배, 세계 최
                                                                를 입에 달고 삽니다. 앞으로 30년 후인 2050년 어떤 일이 벌어
               대의 중국 양자강 산샤댐 저수량의 15배나 되는 상상하기 힘든
                                                                질지 상상해 보십시오. 너무 먼 얘기라고 생각한다면 자녀와 손자
               규모입니다.
                                                                가 직면할 위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기후변화가 현재의 속도로 진행되면 히말라야의 빙하는 급속히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또 논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
               녹으면서 곳곳에서 2월 초에 일어난 것과 같은 빙하 홍수가 빈발
                                                                후변화와 빙하의 변화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빙하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
                                                                져야 합니다.
               다. 급수 탱크의 물이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히말라야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많습니다. 과학자들의 예측
               중에 보수적인 평가는 금세기 말, 즉 2100년에 히말라야 빙하는
               현재의 1/3로 축소된다는 것입니다.
               고산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것은 아시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
               다. 알프스 빙하는 유럽의 젖줄이고 안데스 산맥의 빙하는 남아메
               리카의 급수탱크입니다. 특히 안데스 빙하가 사라지면 지구의 허
               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의 생태가 과연 제대로 보전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를 언급했지만, 더 큰 걱
               정거리는 극지방 빙하의 변화입니다. 북극의 기온이 급격이 높아
               지면서 북극해 얼음과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 속도가 빨라지고 있
               습니다. 남극에서도 빙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학자
               들의 계산에 의하면,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빙하가 다 녹아내리면
               전 세계 바닷물 수위가 6~7m 상승하고, 남극 대륙의 빙하가 완
               전히 녹으면 65~70m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보수적인
               과학자그룹에서는 2100년 무렵 해양 수위가 90㎝ 상승할 것으
               로 예측하고 덜 보수적인 과학자그룹은 2.4m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해양 수위가 2.4m 높아진다면 뉴욕, 상하이, 런던
               같은 대도시가 과연 무사히 존재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물이 전
               쟁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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