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EV매거진_9호(3월)_e-book
P. 86
김수종 Column
빙하와 전기차
이 글은 빙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빙하가 전기차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지도 모
르겠습니다. 우리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꿔 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맥
락으로 전기차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전기차와 빙하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빙하는 남·북극과 히말라야 같은 고산 지대에 오랜 세월에 걸쳐 눈이 켜켜이 쌓여 얼
음덩어리로 변한 것입니다. 빙하는 문자 그대로 얼음의 강입니다.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아주 조금씩 이동합니다. 얼음은 기온에 민감합니다. 고산지대의 빙하는 기온
이 올라 녹아내릴 때 붕괴하며 산사태를 일으킵니다. 다시 말해 빙하는 기후변화에 민
감하게 반응합니다.
기후변화가 무서운 것은 바로 높아진 기온이 빙하를 녹이며 일으킬 재앙이 상상을 초
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북극을 제외하면 빙하가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는 곳
이 히말라야 산맥입니다.
지난 2월 7일 인도령 히말라야 산맥에서 큰 빙하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우타라칸드주
의 라운티 봉(해발 5600m)에 걸린 빙하의 붕괴로 대량의 얼음과 암석이 빙하 호수의
제방을 때렸습니다. 둑이 무너진 호수 물은 얼음과 암석이 뒤섞인 거대한 물기둥을 이
루며 하류에서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를 파괴하고 또 새로 공사 중인 수력발전용 댐을
망가뜨렸습니다. 공사 노동자 등 27명이 숨지고, 170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유튜브를
보면 빙하 홍수 물기둥이 계곡을 타고 전광석화같이 돌진하는 광경에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현지의 빙하 전문가들은 “고산의 암석에 붙어 있는 빙하가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
김 수 종 하는 변화폭이 커지면서 암석이 붕괴되어 일어나는 산사태”라며 그 원인을 기후변화
뉴스1 고문/칼럼니스트 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진전되면서 히말라야에서 산사태와 빙하 홍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도, 중국, 파키스탄, 네팔, 부탄에 걸쳐 있는 히
PROFILE 말라야 산맥에는 크고 작은 빙하 1만 5000개가 걸려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후퇴하면서 빙하호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1 고문과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산사태와 빙하 홍수는 아주 국지적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기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다수 매체에 국제 후변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면 아시아 지역이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문제와 환경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빙하에서 발원한 물은 마시
1970년대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하
여 사회 및 정치부 기자, LA특파원, 뉴욕특파 고 농사짓고 산업시설에 필요한 용수의 원천입니다.
원,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주필을 역임했 인도 대륙의 젖줄 갠지스강과 인더스강은 히말라야 빙하가 공급해주는 물이 수원이
다. 정보통신윤리위원, 국제녹색섬포럼이사장 되어 5억 명의 인구가 이 물에 의존해서 삽니다.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의 1억여 명의
을 지냈다. 환경책 ‘0.6도’를 비롯해 ‘지구온 인구도 히말라야에서 흘러오는 메콩강의 물을 이용하며 삽니다.
난화의 부메랑(문국현, 최열과 공저)’ 등 4권
의 책을 썼다.